EXHIBITION VIEW


《City Recipe》Sep, 202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16기)
Cheongju Creative Art Studio
16th
Cheongju, KR


작년 봄부터 나는 애플워치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하루의 루틴으로 개천을 따라 산책을 시작했다.  사천교에서 성산교로 이어지는 개천을 걷다 보면 무수히 많은 콘크리트 교량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새 교량은 산책이 구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를 축하하는 기념비처럼 서있었고 회갈색의 콘크리트 표면 위에 흘러내린 갖가지 색의 물줄기들은 겹겹이 쌓인 페인팅처럼 보였다. 조각을 완성하기도 전에, 덩어리인 것들끼리의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건물을 짓거나, 부수거나, 보수하는 현장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했다. 삼십분 넘는 시간 동안 처음 보는 동네 할아버지와 함께 집이 무너지는 현장을 지켜봤다. 롤크러셔로 철근을 끌어내어 건물을 해체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건물이 한순간에 과자집으로 변한다. 공간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공간과 터전은 내부에서 어떤 의지로 지탱하는지에 달려있다. 내부 구조가 전체 형상의 상태에 영향을 끼친다.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 형상은 무효가 된다.

어디에나 엄청난 수의 타일이 있다. 을지로, 연남동, 성수… 정말 어디에나. 건물의 안팎으로 네모반듯한 타일들이 벽과 바닥에 붙어있다. 연남동 동진 시장에서 큰 도로로 이어지는 사거리에는 수협 건물이 있다. 한눈에도 오래된 듯한 외관의 건물을 지날 때마다 엄마는 이곳이 자신의 첫 직장이었으며 그 시절에 대해 설명한다. 손쉽게 씻어낼 수 있는 타일 위로 꿋꿋이 쌓인 수십 년 세월의 때들은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유튜브에서 DIY 타일 테이블 만들기를 검색하여 이론적으로 학습한 후, 몰탈 시멘트를 구입하여 타일을 쌓아본다. 고요한 스튜디오 안에서 물을 조르륵 붓고 시멘트를 개며 첫 삽을 뜬다. 지글거리는 모래 알갱이 위로 미장공구가 지나갈 때 시멘트에 가해지는 압력을 느낀다. 뭉근 시멘트를 김밥에 밥을 흩뿌리듯 골고루 펼치고 스티로폼 블록을 야채 쌓듯 하나하나 얹는다. 시멘트가 굳어가는 시간 동안 스패츌러로 시멘트를 눌러 확인해 본다. 톡, 톡, 딱딱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마침내 원하는 상태가 된다.

나는 재료가 결합되는 과정이 곧 도시에 풍경이 쌓이는 시간과 같다고 느낀다. 나는 도시에 남겨진 흔적을 무늬로 느끼며 패턴들이 가득한 도시의 풍경에서 조형을 찾는다. 어떤 무늬는 첫 레이어를 찾을 수 있지만 어떤 것은 찾을 수 없다. 사소한 이유들이 모여 겹겹이 쌓인 도시의 흔적에서 레이어를 하나씩 분리하면 도시의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도시의 흔적에서 사람을 본다. 창문의 시트지 자국, 오염된 담벼락, 예스러운 타일의 배열, 분수의 물줄기에서 사람을 본다.





22-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6기 입주작가 릴레이 프로젝트
김슬기 개인전 《City Recipe》
일시: 2022. 9. 14. ~ 2022. 9. 25.
운영시간: 9:30-18:00
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층+윈도우갤러리
그래픽디자인: 김희주
22-23 CJAS 16th Relay Exhibition
Sulki Kim Solo Show 《Chunky Totem Series
Schedule: 14 Sep ~25 Sep 2022
Opening Hours:  9:30 AM - 6:00 PM
Location: CJAS 1F + Window gallery
Design: Heejoo K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