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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ky Totem Series》Aug, 2021
WWW SpaceSeoul, KR

전경사진은 이도현 작가가 촬영했습니다.
All photographs by Dohyun Lee.

할리우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몇몇 영화들은 결말에서 멸망 이후의 마지막 인류의 삶에 대해 다룬다. 인류의 생활은 다시 원시 사회로 되돌아가고 태곳적 신화에 나올법한 신비로운 종교집단을 이룬다. 원시적 사회는 첨단 문명의 잔여물들과 공존하고 마법과 과학은 한데 어우러져 미래 사회를 이룬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나의 작업은 SF 영화 속 상징과 레퍼런스를 추적하는 것에 시작되었다. 멸망과 재난 후에 등장인물들이 향유하는 문화의 양태는 문명의 잉여 기술을 쫓거나, 그에 반하는 자연친화적인 형태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주목한 것은 원시적, 자연친화적 양식을 수용하는 집단이 마치 고대 전설에서 내려온 가족 단위의 종교집단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나는 허구의 등장인물들이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문화적 레퍼런스들이 영화 산업에서 수용되는 과정과 관객에게 익숙하게 전달되는 과정에 대해 의문을 느낀다. 의문의 지점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로 덮어 쓰이고 새로운 세계관이 탄생한다.

가상의 이야기 속 오브제들은 영상, 조각, 그래픽디자인, 의상 등의 다양한 매체로 확장한다. 다양한 질감의 오브제들은 물성의 대비를 통해 다양한 층위를 교차한다. 투명한 것과 불투명한 것, 투과하는 것과 반사 하는 것, 납작한 것과 돌출된 것,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공간에 교차된 레이어를 쌓는다.

가상의 세계관을 지지하기 위한 유물 조각들은 유사 유물에 불과하다. 조각에 사용된 아크릴, 합성가죽 등 고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현재의 물질들은 그것들의 형태와는 달리 가상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계승되어 온 전설을 기리는 유물들이나 무구들은 온전히 과거의 것이 아니다. 하나의 소실점 으로 모여지지 않는 오브제들은 개별적인 조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관객을 작품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고 관객이 이야기와 오브제 이미지의 기원에 대해 의심하게 만든다. 특히 ‘유사 돌조각’ 작업인 ‘Chunky Totem Series’를 통해 관객이 가상의 원본인 ‘돌 조각, 돌 유물’을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플라스틱의 물질적 속성을 갖춘 상태로 ‘유사 유물’의 형태를 취하면서 유물을 재현할 때 가상의 ‘진짜 돌 조각’에게서 느껴지는 상사성은 관객이 가진 ‘돌 조각’에 대한 관습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관습적 이미지와 현실에서 실재하는 조각의 단차는 작중 세계관 ‘기믹’에 대한 작가의 거리두기를 관객에게 암시적으로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세계관 ‘기믹’에 대한 몰입과 의심을 반복하게 만드는 작품들은 관객이 문화의 전형을 낯설게 바라보고 전형에 속하지 않는 존재들에 대해 인식하게 만든다. 동시에 일종의 ‘인스턴트-가볍고 저렴하며 가변적인, 그리고 구하기 쉬운, 완구적 속성을 가진' 아크릴 조각은 고전적 조각 소재인 옥, 돌 등을 표면적으로는 흉내내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단단하고 반영구적이며 다루기 어려운 ‘인스턴트가 아닌’ 속성과 대비된다. 이는 조각을 하기 위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조각재를 선택하는 과정에 대한 조각가로서의 나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김슬기 개인전 《Chunky Totem Series》
일시 : 2021. 08 .12 - 08. 22
운영시간 : 13:00-19:00 (월, 화 휴관)
장소: WWW SPACE (서울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 1층)

Sulki Kim Solo Show 《Chunky Totem Series
Schedule: 12 Aug ~22 Aug 2021
Opening Hours:  1:00 PM - 7:00 PM (Closed on Mon.&Tue.)
Location: WWW SPACE (B1, 37 Mangwonro 6gil, Mapo-gu, Seoul, Republic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