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하나님의 호떡
2019년 7월 5일 쓰고 2024년 11월 3일 글을 다시 다듬었음


계절학기를 듣는 동안 나의 자존감을 깎아먹는 대학영어 수업이 끝나고 식사를 한 후 집에 오는 길에 버스에서 내렸다.
너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들어했다.
백련시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려는데 웬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저러다 더위 먹진 않으시려나 걱정하며 지나치려는 중이었다.
그 할아버지들은 교회에서 단체로 나왔는지 파란 조끼를 세트로 맞춰 입고 호떡을 굽고 있었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나란히 익어가는 호떡을 보며 그 열기에 경악했다.
그런데 옆에서 웬 할아버지가 호떡 좀 먹으라고 종이컵으로 싼 호떡을 들이밀었다.
아휴 더워서 싫어요라고 말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한데 또다른 할아버지가 또 호떡을 들이밀길래 더워서 싫어요라고 소리쳤다.
몇번 외치니까 이거 맛있는 건데.. 하며 시무룩해 하기도 했다.
철판에서 익어가는 호떡을 보며 나는 지옥불이 떠올랐고
전도를 하러 나온 할아버지들을 아무도 말리지 않은 것이 야속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하필 호떡이라는 계시를 주신 신이 너무하다고 느꼈다.
더위와 맞서 호떡을 굽는 늙은 양들.

오늘의 환장할만한 장면이었다.